Rainbow color :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 & 용담 해안도로, 제주에 살게 된 이유. 도망치는 용기

2021. 4. 8. 21:051. JEJU ISLAND :: MAGAZINE

 

 

 

제주를 처음 온 이유를 꺼내면 참 아프다. 많은 것을 잃었다. 아니, 내 전부를 잃었다.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도망가자. 내가 도망칠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2020년 6월 그렇게 떠난 제주. 그때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는 나는 먹고 잘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발을 디딘곳이 바로 용담동이었다.

난 그렇게 용담동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매니저로 6개월간 일하면서 제주도의 매력에 빠졌고, 이곳 해안도로 매력에 빠졌다. 또 매일 밤마다 나를 옥죄어 오는 수많은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그 생각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빠르게 이 해안도로를 달렸다.

 

6개월 동안 달리다 보니 전부라 생각한 것이 전부는 아니었고, 도망쳐 온 제주는 결국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장소가 되었다. 

 

 

6개월 간 달렸던 용담 해안도로

 

 

오늘은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로 대부분을 채우려 한다. 용담동 그리고 그 옆의 도두동은 나의 20대 마지막 도망이자 선택이었으니까. 도망친 이유를 묻는다면 정중히 사양하겠다. 내가 도망친 이유는 이 이야기에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니까.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누구나 도망쳐야 할 타이밍이 생긴다. 그 타이밍은 자신만이 알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도망갈 때 모두가 말렸다. 누구는 질타했다. 하지만 도망칠 타이밍 그 순간 남들의 이야기에 도망치지 못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인생인가. 내 인생, 나의 주도권은 남한테 있는 것이 아니다. 나한테 있다. 

 

도망치는 것이 무섭고, 두려운가? 남들에게 도망치는 패배자라 손가락질당하는 것에 망설이는가? 도망만큼 대단한 용기는 없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그 행동이 과연 손가락질받을 일인가? 아니다. 도망만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도 없다. 도망가고 싶다면 도망치자.

 

 

내가 도망친 곳엔 멋진 바다가 빛나는 태양이 있었다.

 

 

20

빛나야 할 20대, 나의 20대는 빛났다. 스물 하나, 대학교 과대표가 되었고, 스물둘 군대에서 인정받는 선임병이었으며, 스물셋 내가 전역한다고 우는 후임이 있을 정도로 기분 좋게 전역했다. 스물넷 여권을 처음 만들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 여행의 맛을 알게 되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스물다섯,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대학교 과 학생 회장이 되었다. 스물여섯, 남미라는 미지의 땅을 여행했고, 단과대학 부학생회장으로 마지막 대학 생활을 불태웠다. 스물일곱 수석 졸업과 동시에 괜찮은 직장에서 괜찮게 일을 했고, 스물여덟 내가 쌓았던 모든 것을 잃었다. 

 

찬란한 나의 인생이, 무지개 빛 나의 인생이 무너졌다. 무지개는 흐린 날에, 비가 오는 날에만 나오듯, 무지개 때문에 보지 못했던 흐린 먹구름이 무지개를 집어삼켰다. 스물여덟 나의 인생은 회색빛 먹구름이었고, 이 먹구름이 갤 것 같지 않아 도망쳤다. 먹구름이 없는 가장 먼 곳으로. 

 

도망친 제주는 먹구름 대신 찬란한 바다와 빛나는 태양이 있었다. 그렇게 다시 나의 스물여덟 인생에 무지개가 찾아왔다. 찬란한 나의 20대 무지개 빛 인생이여 색이 바랠 때까지 빛나고 빛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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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해안도로부터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까지 매일 뛰었다. 처음엔 숨이 턱 막히는 게 뜀박질 때문인지 나의 마음 때문인지 모르고 싶어 뛰었다. 나중엔 나와의 싸움, 의지로 뛰었다. 마지막엔 그냥 이곳이 좋아서 뛰었다. 푸른 바다 위로 윤슬이 반짝이며 빛나고, 저녁엔 멋진 노을이 나를 반겼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제주의 매력에 잠식되어 자연스레 제주에 정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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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해안도로는 제주시내에서 10~2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으로 제주의 바다를 공항에서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곳치다. 그뿐 아니라 비행기의 이착륙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SNS에 유행하는 비행기와 같이 찍는 사진은 대부분 이곳에서 찍게 된다. 용담해안도로는 특히 노을이 지는 저녁 시간대에 빛을 발한다. 무지개 해안도로부터 용두암까지 드라이브를 해보자.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로,

사실 왜 유명해졌는지 알 수는 없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 아라리오 뮤지엄 앞 'd'라는 마크가 유명해져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듯 이곳도 그러하다. 둘 다 이해는 안 가지만, 그렇다고 유명한 것을, 유행인 것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깝다. 그렇게 나도 이곳을 지날 때면 사진을 한 장씩 찍는다.

 

그래서인지 간혹 이곳에서 싸우는 커플을 보게 된다. 그런 커플을 보면 안타깝다. 사진에게 주객이 전도되어 싸운다는 게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당신에게 그는 어떻게 나와도 멋있을 거고, 당신에게 그녀는 어떻게 나와도 예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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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간단한 팁, 길을 건너가서 전체 배경을 두고 찍어보자. 남들과는 다르게 두 번째 사진처럼 찍어보자. 길어 보이게 찍고 싶다면 밑에서 위로 찍자. 너무 밑에서 찍으면 인위적으로 늘린 느낌을 주기 때문에 배꼽쯤에 카메라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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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해안도로 옆에 도두봉이라는 해발 60m밖에 되지 않는 작은 봉우리가 있다. 이곳이 사진 한 장에 유명해졌다. 바로 키세스 존. 나무들이 얽히고설켜 키세스 모양의 터널을 만들었다. 그 뒤론 바다가 펼쳐져 이곳을 빛나게 한다. 사진을 찍기에 무지개 해안도로와 도두봉은 최고의 장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진이 전부인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사진보다 머릿속의 추억이 남는 여행을 하고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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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두동에 나모나모라는 카페가 있다. 꽤 많이 다녀온 카페인데 이곳 마농 바게트와 음료 모두 내 입 맛을 만족했다. 그리고 이곳 뷰는 가히 예술이다. 3층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피부를 간질일 것이다. 만약 옆 사람과 사진 때문에 다퉜다면 여기서 풀어보자. 화났을 땐 단 게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