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13. 23:28ㆍ1. JEJU ISLAND :: MAGAZINE

무한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세상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봄이 오고 꽃이 피는 이 계절에 푹 빠져있다. 하지만, 그 꽃들이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이 봄과 꽃이 좋아진 것만큼 아픔도 그만큼의 크기로 찾아온다. 그렇게 아픈 감정을 느끼던 찰나에 그 아픔 중심에 질문을 툭 던져본다.
'강렬한 색으로 짧은 시간 내게 사랑을 받은 꽃들이 무한하다면 과연 너는 이 꽃들을 지금처럼 사랑하겠는가?'
대답은 부정이었다. 무한하지 않은 이 꽃들을 사랑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한히 빛나는 꽃보다 오히려 시들어 있는 꽃들에게 더 연민과 사랑을 줄 것이라는 나는 확신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의 인생은 유한하다. 아니 적어도 이번 생은 유한하다 못해 짧다. 우리는 유한하기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나 고민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사랑을 표현해야 하며, 많은 것들을 사랑해야 한다. 많은 것을 소유하자. 짧기에 많은 것을 채워야 한다. 그것이 물질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를 남길 수 있는 글, 그리고 사진을 소유하며, 친구들의 사랑으로 채우고 그만큼 베푸는 삶을 살자. 나의 유한함이 끝나고 시들 때, 나의 글과 사진은 영롱하게 남아 있을 것이고, 나의 친구들은 그들이 시들 때까지 나를 기억할 것이며, 베푸는 사람으로 낙인 되어 많은 사람들의 위로 속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으로 혹은 영원한 소멸로 마무리를 하게 될 것이다.




Dear my parents.
시들어가는 튤립을 지나 유채 꽃밭을 만났다. 그때 빛나던 우리 엄마와 아빠가 눈에 들어왔다. 가끔은 이 유한함이 지독하게 아플 때가 있다. 이 아픔이 때론 전생에 큰 죄를 지어 받는 벌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나의 유한함은 괜찮다. 그렇지만 부모님의 유한함은 지독히도, 끔찍하게 맞이하고 싶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우리 엄마는 나의 길잡이이자 삶을 살아가는 척도이고, 우리 아빠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버팀목이다.
신이 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한다면 이 둘의 유한함을 무한함으로 혹은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의 부모님으로 만나게 해달라고 말할 것이다.
나의 사랑하는 부모님의 유한함 속에 내가 있다는 것에 나는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Viva la Vida
꽃과 유한함을 생각하면 이 화가가 늘 생각난다. 자신의 죽음 앞에 Viva la Vida를 외친 여성. 바로 '프리다 칼로' 생에 마지막 극심한 아픔을 줄여주는 진통제로 인해 정신이 온전치 못함에도 끝내 Viva la Vida를 그렸다. 그 어떤 고통도 그녀를 막지 못했다.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난 그녀와 사랑에 빠졌는데, 정작 그녀를 사랑한 남자는 지독하게 나와는 반대의 사람이라 더욱 안타깝다.
인생의 유한함 끝에, 썩어 문들어진 삶 끝에 어쩌면 그녀는 썩고 썩은 꽃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그림은 내게는 밝게 빛나는 해바라기 같았다. 내 삶은 해바라기로 시작해 해바라기로 끝나기를 그리고 그 끝에 인생이여 만세를 외칠 수 있기를 바란다.




보롬왓
세 번째 방문한 보롬왓은 세 번 모두 다른 느낌이었다. 첫 번째로 만난 보롬왓은 수국이 만개하고 있었고, 두 번째 만난 보롬왓은 맨드라미가, 이번 세 번째는 튤립과 유채가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튤립은 이미 지기 시작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내년 4월 초에 다시 와야 되는 하나의 이유가 되어 유한함이 주는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음을 주었다. 그리고 제주는 아직 봄임을 알리는 유채가 만개하여 나를 위로했다.



comment
사계절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보롬왓은 제주의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다. 이곳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기도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메밀밭이 피는 계절엔 도깨비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람 부는 밭이라는 뜻을 가진 보롬왓은 시원한 바람에 산들거리는 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사계절 어느 시기 상관 없이 방문하기 좋은 곳이다. 또 입장료도 저렴해 4천 원이라는 돈으로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으며, 여유가 된다면 깡통 열차를 타보자. 드넓은 보롬왓을 시원한 바람 속에 달려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꽃들을 보면 유한함이 생각난다. 그렇게 보롬왓은 자연스레 유한한 소중함이 깃든 곳으로 기억하게 된다. 유한하기에 아쉽고, 그리운 그래서 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보롬왓을 가보자. 사계절 늘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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